서울 한복판 을지로에 있는 일곱 평 남짓한 주물공장입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한낮에도 '섭씨 800도’ 쇳물 열기와 싸우는 주물공장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학률/주물공장 장인]
용광로가 한참 달궈질 때보면 빨간 불이 아니라 파란 불이 쫘아아아~~~악 올라와요 . 최고의 정점에 달아오르는데. 그 정점에 내가 들어가서 확인을 해야 해요.
양팔에 남은 화상 자국은 40년 주물 장인에겐 인생의 흔적입니다.
[김학률/주물공장 장인]
상반신 45%가 화상이에요.용광로가 저 높이니까 이렇게 튀는 거예요. 하반신은 괜찮은데...
쇳물의 열기가 삶의 일부가 된 이 주물공은 에어컨 바람조차 번거롭다고 참으로 무심하게 말합니다.
[김선규/ 주물공장 장인]
에어컨 바람 쐬면 감기 걸려요. 여기 있었는데 에어컨이 안 좋아요. 떼어버리고 선풍기 놨어요.
이분들이라고 더위가 달갑겠습니까.
하지만 '더위 지옥'에서도 일에 몰두할 뿐 '그늘'을 찾지 않더군요.
1994년을 넘어서는 기록적인 무더위를 맞은 올 여름 이쯤되면 폭염 재난이라는 말이 가능하겠습니다.
이미 무더위 환자가 800명에 육박했고, 30대 남성이 보도블럭 작업 도중 숨지기까지 했습니다.
10년간 폭염으로 숨진 사람은 293명에 이릅니다. 과연, 노인과 아이들, 힘없는 이들에게 유독 자주 벌어지는 폭염 사고라는 것이 각자 알아서 피해야 하는 개인의 불운인걸까요?
선진국은 이미 폭염을 자연재난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제야 국가가 나서도록 하는 법 제정을 검토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를 습격한 불볕더위를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다행입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남습니다.
폭염 속에 그늘로 피하지 않고 맡은 일에 빠져들었던 주물공장 사람들, 이들의 소리없는 의지가 법제화를 미뤄오던 공직사회에서 진작 보였더라면 어땠을까요.